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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막연히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에 관해서 막연한 반감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좀 더 자료를 조사해보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이제 그에 대해서 서술해보고자 한다. 관련글을 쓸 때는 이에 대해 잘 모를 때라 제대로 적지 않은 것이 많았다. 이제 좀더 알차게 글을 써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세계의 찬사를 받을 정도로 완벽한 제도였다. 징수는 소득에 따라 하면서 혜택은 같은, 최고의 분배정책이었다. 복지라고는 제대로 되있는 게 없는 우리나라지만, 건강보험만큼은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었다. 실제로 미국의 조지아 주 등은 우리나라 형태의 건강보험제도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어쩌다가 건강보험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을까?


현행 건강보험, 무엇이 문제인가?

근본적인 원인은 의약분업 때문이었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의사들이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고, 이를 눈 감아주는 대신 의료수가를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했던 것이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은 당연히 큰 반대를 했고 이후 의료수가는 급등하게 된다. 이러던 와중 의료보험의 혜택까지 확대했고, 앞으로 고령화로 인한 건강보험공단의 재정고갈도 눈앞에 와있다. 결국 보험료를 계속 인상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노무현 정권이 욕먹게 된 또 다른 요인이었다.

하지만 보험료를 올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자 비로소 노무현 정부도 더이상 이 상태로는 건강보험공단을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당연지정제 폐지는 문민정부 시절부터 거론되기 시작했고, 국민의 정부 시절에 본격화되었으며, 참여정부 시절에도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거론하는 등 끊임없이 논의가 되어 왔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유보 결정이 내려졌다. 다음 정권으로 정치적 부담을 넘기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당연지정제 폐지가 정말 독인가?

고로, 한나라당이 집권했던 누가 집권했던 당연지정제 폐지는 고려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의료비 비싼 미국처럼 되는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당연지정제 폐지를 '건강보험 폐지' 혹은 '민영화'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큰 차이가 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 된다고 해서 건강보험이 폐지되거나 민영화되지는 않는다. 세계에서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복지가 그렇게도 좋다는 유럽도 민간의료보험을 이용하고 있다. 독일에 살고 있는 나도 민간 보험사에 가입되어 있다. 미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의료보험의 유무다. 미국에는 국가 차원의 의료보험이 전혀 없다. 그 때문에 의료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국가가 너무 소홀했던 것이다.

현행 건강보험의 중요한 원칙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가 '당연지정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의무가입제'이다. 전자는 모든 의료기관들은 건강보험을 지정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고, 후자는 모든 국민은 건강보험에 가입해야한다는 것이다. 곧, 당연지정제만을 폐지하고, 의무가입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누구도 건강보험에서 탈퇴할 수 없다. 국민들은 건강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각종 질병과 검사를 위해서 민간의료보험을 선택,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득에 따라 징수하여 혜택은 동일한 건강보험의 분배적 성격을 유지하면서, 민간보험의 참여를 통한 시장성 및 선택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돈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소득 수준에 따라 고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수도 있게 된다.


NHS가 최고다?

건강보험에 대한 말이 많아지자 민노당이 주장하는 NHS(National Health Service), 즉 영국식 국영의료서비스에 대한 지지도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막연히 병원이 공짜라니까 NHS에 굉장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련의 붕괴를 생각해보시라. 완벽한 것은 없다.

NHS의 문제점은 첫째로 의사들에 대우과 재정이다. 세입이 많으면 의사들에게 퍼줘도 되지만 그럴리 없으니 의사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영국의 의료인력들은 미국 등지로 떠나고, 대신 인도, 이라크, 중국 등 아시아계 의료인력들이 상당수 그 자리를 메꾸고 영국에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지난 영국 글래스고 공항 폭탄테러 당시 이슬람계 의사들의 '의료테러' 논란까지 일었다. 당시 용의자들이 의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둘째로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다. 교통사고가 나도 응급처지만 받고 실제 수술을 받기 위해 적어도 2년에서 5년까지도 기다린다는 것이 영국 NHS의 현실이다. 감기나 간단한 치통을 앓아서 간단한 진료를 받기 위해 신청하면 적어도 한달, 많게는 역시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급하다면 돈내고 private으로 진료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다를게 없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도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다. 건강보험 덕분에 싸게 진료받을 수 있으니 조금만 아파도 병원으로 바로 달려간다는거다. 이런 현실에서 NHS를 시행할 경우 얼마나 그 질이 떨어질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맺으며

건강보험을 국가의 빚으로 운영할 수도 없는 것이며 그렇다고 국민에 대한 복지를 포기할 수도 없다. 의료보건서비스는 국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보장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득권은 이렇다'는 식으로 모든 것을 몰아가는 것은 위험하다. 굉장한 피해망상증적인 태도다. 현재 진보언론과 진보정치인들의 행태는 조중동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현실을 제대로보고 판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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